광둥인은 미식가
광둥인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오해도 많다. 벌레음식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아서, 광둥 음식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해보겠다.
중국 이야기목차
食在廣州,廚在順德
먹는 것은 광저우이고 요리는 순더이다.
둘 다 광둥 지역명이다.
광둥 사람들은 진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월급에 반 이상을 먹는 데 사용한다는 말이 있고,
회사에서 식사 시간을 안 지켜주면 직원들이 퇴사를 한다.
하지만 그 "애식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여러 오해도 많은 것 같다.
좋은만큼 까다롭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광둥인은 뭐든 먹는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사실 반대로
광둥 사람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먹는 것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
식당이 맛없는 건 불가능
매장이 "맛 있는 건"
광둥에서는 디폴트 값이다.
'맛 없으면 왜 돈을 내고 먹어야 하나?'
소비자의 일반 마인드이지만,
광둥인들에게는 특히 부각되어 있다.
내가 30년 본 광동인들의 마인드는
맛 없는 것에 돈을 아까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량을 낭비했다고 싫어한다.
반대로 맛만 있으면 어느정도 불친절도 허용한다.
그래서 일부 맛집은 서비스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여기서 "맛"이 있다 없다는
주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까다로운 만큼 포용성(?)도 좋은 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맛이 없다"와 "내 입맛에 안 맞다"를 구분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각각의 식자재의 맛을 알고 있고,
처음 먹어보는 맛에는 평가를 잘 하지 않는다.
맛 구분 : 잘한다
"왜?"라고 물으면
나도 그냥 추측을 해볼 뿐이다.
개인적으로
광둥음식점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옛날식, 전통식 광둥식당은
메뉴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식당 문 앞에 식자재들이 진열되어 있고,
먹고 싶은 식자재를 골라서
조리법까지 얘기해서 주문을 한다.
좀 특별한 식자재의 경우 이름표를 붙이지만,
평소에 많이 보는 식자재는 아무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음식 메뉴이름 자체가
그 음식의 식자재와 조리법이기도 하다.
"乾炒牛河"을 예시로 보면
줄임말이 조금 있지만 (河:河粉)
"건식 소고기 두꺼운 쌀국수 볶음"이라는 뜻이다.
이런 문화가 익숙해서인지 음식을 먹어보면,
대부분 뭐가 들어있는지 많이들 알아 맞추는 편이다.
광둥 식자재 : 아주 많다
광둥은 원래 고대부터 무역 중심이었다.
각국의 물건이 들어오는 곳이어서
옛날부터 식자재가 풍요로운 것 같다.
(확실한 기록은 본 적이 없어 평민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광둥은 수확도 1년에 2~3번 한다.
덥고 습한 기후이기 때문에
농산물이 잘 자라는 편이고,
매년 태풍은 있지만,
광둥 내륙으로 상륙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해변 도시에서 멈춤다)
그래서 광둥은 다양한 식자재를 먹어볼 수 있다.
식자재 많아서 편식
많아서 뭐든 먹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반대이다.
많은 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맛 없다고 생각되면 안 먹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청경채"가 대표적이다.
광둥에서는 맛 없다고 잘 먹지 않는다.上海青
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잘 안먹는다.
비슷하게 생긴 奶白菜
는 먹는다.
광둥어도 奶白菜
가 원래 명칭이지만,
평소 그냥 白菜
라고 많이 부른다.
광둥 매운음식 : 없다
특히 80년대 이상인 사람들은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한다.
옛날 광둥 사람들에게 매운맛은
식자재가 신선하지 않거나, 맛에 자신이 없을 때,
맛을 가리기 위한 향신료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더운 지역인데 향신료를 강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은 조금 이례적이긴 하다.
광둥 벌레음식 : 찾기 힘듦
광둥 곤충 벌레 음식이 많다고 오해를 한다.
곤총 요리는 주류층이 아니어서
매니아들이 찾아서 먹는 음식이다.
위의 "편식"과 같은 이유로
선택지가 많아서 벌레는 주류가 아니다.
광둥에 벌레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도 벌레음식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광둥성 면적이 한국 보다도 크다.
광둥성 인구는 한국의 2배가 넘는 1.2억명이다.
향토 음식에 벌레음식이 있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특정 벌레 요리를 제외하고
평소 벌레요리 가게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운남성(雲南省)은 벌레전문집들이 있다.
광둥 벌레음식 : 있긴하다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벌레"라고 한 이유도
자주는 아니어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3종이 있다.
龍虱 沙蟲 禾蟲
龍虱은 "물방개"이다.
술로 담그거나, 볶음요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술은 마셔보고 볶음은 실제 본 적은 없다.
물방개의 다른 이름이 "물바퀴"이어서,
(중국어에서도 물바퀴벌레라고 한다)
"광둥인은 바퀴벌레도 먹는다"라는 오해가 생겼다.
물방개는 광둥이 아니어도
원래 중약(한약재)으로 많이 사용된다.
중약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본인을 모를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 물방개를 끓인 중약을 먹어봤다.
沙蟲 禾蟲의 한국 번역명은 모르겠다.
"별벌레"라고 하는 것 같았다.
沙蟲은 지역 훠궈용으로 먹고,
禾蟲은 중산(中山)에서 계란찜으로 만들어 먹는다.
이 3개는 찾는게 어렵지는 않지만,
이를 먹는 광둥인은 매우매우매우매우 적다.
다 먹긴한다
다시 언급하지만 광둥은 매우 크다.
"광둥은 먹는다"는 "모든 광둥인이 먹는다"가 아니다.
광둥에서 소고기를 안먹는 지역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봤다.
내가 하고 싶은 "다 먹는다"의 뜻은
안 먹는 부위가 없는 느낌이다.
한국도 다 먹는다고 하는데,
특수부위가 잘 보이는 것 같진 않은 느낌이었다.
광둥의 경우는 그냥 시장이나 마트에서
모든 부위를 전부 살 수 있다.
닭 심장, 소 내장, 돼지 내장, 생식기나 얼굴 부위까지 다 평범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흔하지 않는
양, 오리, 거위 등은 일반 육류이고,
비둘기, 개구리, 자라, 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직접 구매하기 힘들지만
매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는 것으론
전갈도 있다.
대부분 탕으로 끓여 국물 내서 먹는다.
전갈 고기를 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일부 동물 식용은 불법
자라는 흔하게 보이지만 거북이는 적다.
거북이는 종류에 따라서 먹거나 판매가 불법인 종이 많다.
중국은 아주 많은 종류의 동물을 포획 및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작년에 도마뱀을 잡아서 형사 처벌 당한 사람도 있다.
포획이 가능한 동물이어도
포획 방식이 제한이 많고,
포획한 동물을 도축하는 것은 불법인 경우도 많다.
애초 야생 동물을 식용하는 것은
아주 많은 법으로 복잡하게 제한하다.
원숭이 먹는 것을 봤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부분은 90년대 홍콩 영화 <金玉滿堂> 을 보고
허풍을 떠는 사람이다.
마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봤는데,
결론은...
광둥 사람들은 먹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해서 음식에 까다롭다.
자원이 풍부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서,
맛 없으면 다른 것을 먹는다.
반대로 맛 있으면 수고를 해서도 먹는다.